2025. 9. 11. 16:00ㆍ경제/정부정책
2025년 2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을 확정하고 공고하였다.
11차 계획은 전력수요 및 공급 전망뿐 아니라, 전원믹스 개편, 계통 및 설비 확충, 수요관리 전략, 분산형 자원 활용, 전력시장 제도 개선 등 전력 시장 전반에 걸친 정책 방향을 포괄하고 있으며, 이전 계획의 이행 결과와 환경 변화를 반영하여 보다 실효성 있는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또한, 계획 수립 과정에서는 총괄위원회, 분과소위원회, 워킹그룹 등이 구성되어 총 87회의 전문가 회의를 거치며 정책의 타당성과 실행 가능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이처럼 11차 계획은 우리 전력시장이 당면한 과제를 주도면밀하게 분석하고 향후 지향해야할 바를 세세하게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의 국내 에너지 시장 변화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본 계획의 주요 내용을 이해할 필요가 있으므로 본고에서 이를 정리하고자 한다.
기준수요 전망
전력 수요 전망을 위해 2038년까지의 경제 및 인구 변화에 대한 전제가 사용되었다. GDP는 2038년까지 연평균 1.63% 증가하는 것으로, 인구는 연평균 0.14% 감소하는 것으로 전제되었다. 산업구조 변화를 살펴보면, 서비스업의 부가가치 비중이 2024년 62.7%에서 연평균 1.90% 증가하며 2038년에는 65.6%로 확대되는 반면, 제조업의 부가가치는 연평균 1.11% 증가에 그치며 비중이 2024년 28.3%에서 2038년 26.5%로 축소될 것으로 가정하였다. 제조업 내에서는 전기전자 및 정밀기기로 대표되는 첨단산업의 성장률이 두드러져 이를 중심으로 제조업의 산업구조가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11차 계획에서는 AI 산업 확대와 탈탄소화를 위한 전기화 등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를 추가로 고려했다. 향후, 전력 수요는 인구 변화나 GDP 증가 같은 단순한 거시변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데, 특히 디지털화, 탈탄소화, 산업구조 전환이라는 메가트렌드가 전력 수요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및 2차전지 산업은 클린룸 운영, 온도 및 습도 제어 등의 특성상 막대한 전력 수요를 발생시키며, AI 기반 서비스 확산은 데이터센터 중심의 고집적 연산구조를 요구하면서 지역별 피크 전력 수요를 급격히 높이고 있다. 또한, 전기차 보급 확대로 인해 수송 부문의 에너지원이 전기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배경에서 정부는 기존의 계량모형을 보완하고, 새로운 수요 항목을 별도로 분류하여 예측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첨단산업, 전기화, 데이터센터 수요는 '추가수요'로서 별도로 계상되며, 이는 수요예측의 정밀성과 정책 연계성을 높이는 시도로 평가된다.
11차 계획에 의하면 전력소비량은 2024년 557.1TWh에서 2038년 735.1TWh로 연평균 2.0% 증가하고, 하계 최대전력은 104.2GW에서 145.6GW로 연평균 2.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추가수요는 전력소비량 증가의 약 40% 이상을 설명하며, 구체적으로 전기화 63.0TWh, 데이터센터 15.5TWh, 첨단산업 1.1TWh가 포함된다. 또한 계절 간 피크 수요 격차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냉방 수요가 집중되는 여름철의 전력 피크는 점점 뚜렷해지는 반면, 난방에너지원 다변화로 겨울 피크 수요는 비교적 완만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6년을 기준으로 10차 계획의 전망 결과와 비교하면 전력 수요가 10차 703.2TWh에서 11차 707.9TWh로 11차에서 소폭 상향 조정되었다. 각각의 모형 수요는 642.9TWh, 642.5TWh로 거의 유사하나 추가수요에서 다소 차이가 발생했다. 최대전력의 경우, 10차와 11차가 2036년 기준 각각 135.6GW, 138.2GW로 역시 11차에서 다소 높게 예측되었다. 최대수요 역시 각각의 모형 수요는 125.2GW, 124.5GW로 비슷하나 추가수요 부분에서 11차가 높게 전망되었다. 이처럼 추가수요 부분에서 이전 계획 대비 전망치가 높아진 것은 이전에 고려하지 않았던 첨단산업 수요가 추가되고 전기화 수요가 상향 조정되었기 때문이다.
10차 VS 11차 계획 기준 및 목표수요 전망 비교

전원믹스 및 설비계획
2023년 기준 발전설비 총 용량은 약 144.4GW이며, 이 중 가스 발전이 29.9%, 석탄 27.1%, 신재생 21.7%, 원자력이 17.1%를 차지한다. 발전량 기준으로는 석탄이 31.4%, 원자력 30.7, 가스 26.8%, 신재생은 9.6% 수준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재의 구조로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목표(전환부문 145.9백만 톤) 등 정책 목표 달성이 힘들기에, 11차 계획에서는 무탄소 전원을 중심으로 한 구조 개편이 강조되었다. 노후 화력설비 관리에 있어서 과거에는 천연가스의 교량적 역할을 강조하여 노후 석탄화력을 가스로 대체하는 것으로 계획한데 반해, 11차 계획에서는 가스 발전을 석탄 발전과 같은 화력설비의 범주에 포함시켜, 가스 발전의 석탄 발전 대체를 중단하기로 했다. 원전에 대해서는 무탄소 전원으로서의 역할을 재확인하여 새울3·4호기, 신한울3·4호기와 같은 신규 원전을 적기에 준공하고 2030년대 상용화를 목표로 SMR 개발을 추진하는 한편,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확보를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을 강조했다. 이 외에도 체계적인 재생에너지 확대, 청정수소 및 암모니아 발전 확대, 집단에너지 신증설 관리, 양수 및 BESS 확충 등이 전원믹스에 관한 정책방향으로 설정되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급변하는 에너지 수요 구조, 탄소중립 이행, 기술 혁신 및 글로벌 정책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이번 계획은 전통적인 모형 기반 수요예측을 보완하고, 첨단산업과 전기화, 데이터센터 등 새로운 수요 요인을 별도로 정량화함으로써 수요 전망의 정밀도와 실효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또한, 무탄소 중심의 전원믹스 재편과 계통 안정화 자원의 확충, 전력시장 구조 개편 등은 전력시장의 효율성과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방향으로 설계되었으며, 지역 단위 분산자원의 역할 확대 또한 계획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향후 예상되는 기술 발전과 사회·경제 여건의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계획의 중장기적인 보완과 정교화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11차 계획에서도 명시한 바와 같이 전력수요 전망 기법의 추가적 고도화, 지역별 수요전망 체계 구축, 무탄소 전원 기반의 공급신뢰도 평가 체계 연구, 합리적 재생에너지 보급 경로 전망을 위한 과학적 체계 구축 등이 대표적 향후 과제로 거론된다. 이러한 후속 과제가 지속적으로 본완될 때, 급변하는 국제 기후 및 에너지 환경 속 국가 에너지 시스템의 안정적 유지가 가능하고 탄소중립 목표의 실현 가능성 또한 한층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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