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26. 08:27ㆍ알투잡지
하워드 막스(78) 오크트리캐피털매니지먼트 회장은 미국의 전설적인 가치 투자자다. 오크트리는 부실채권 투자 전문 사모 펀드사다. 부실기업을 싼값에 사들여 인력·자산 구조조정, 체질 개선을 거쳐 정상화한 뒤 되파는 벌처 펀드(Vulture Fund)의 대표 주자다. 9월 말 기준 자산운용 규모는 2050억 달러(약 286조원)에 달한다.
자산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출렁이며 우상향하는데, 언제 사느냐의 문제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자산의 공정한 가치(fair value)는 시간이 지나면서 우상향할 겁니다. 하지만 이 곡선은 항상 출렁입니다. 낙관론이 득세할 때는 과대평가한 셈이니 가격이 곧 내려가겠죠. 반대로 비관론이 득세할 때는 가격을 과소평가한 셈이니 다시 오를 겁니다. 우리는 저평가된 자산을 사면 될 뿐입니다.”
그의 역발상 투자가 빛을 발한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너무 많은, 무모한 투자가 이뤄졌다”며 갑작스레 시장에서 빠져나왔을 때다. 그리곤 리먼 브러더스 파산과 함께 시장이 붕괴하자 15주에 걸쳐 매주 5억 달러(약 6000억원) 이상씩 투자해 큰 이익을 거뒀다. 이후로도 오크트리의 투자 원칙은 바뀌지 않았다. '쌀 때 사서, 비싸게 판다'.
원론적인 얘기로 들리지만, 그가 오랫동안 지켜온 투자 철학이다. "확신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7월 투자자에게 보낸 메모)이라는 것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은 유튜브에 차고 넘친다”며 “족집게처럼 투자 종목을 짚거나, 미래를 예측하기보다 투자의 본질을 얘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모른다고 말하는 전문가가 가장 안전하다”며 “확신에 찬 의견을 말하는 전문가는 매력적일지 몰라도 틀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제했다. 와튼스쿨에서 공부하던 20대 시절 우연히 접한 불교의 교리 ‘무상(無常·덧없음)’을 새겼다는 그의 일화가 떠올랐다. ‘투자의 구루(guru·대가)’로 꼽히는 이들의 미래 예측을 귀담아듣지 말라는 그의 ‘선문답’식 조언이 이어졌다. ‘얼치기’ 전문가의 투자 지침서로 가득한 세상에서 담백한 고전을 듣는 듯했다. 몇 마디만 그대로 옮긴다.
“예측해서 부자가 된 투자자는 드뭅니다. 위대한 투자자는 예측을 피함으로써 부자가 됐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성공 가능성이 높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
“입증되지 않은, 위험하고, 때로는 생존을 위하는 투자를 한다면, 수익을 극대화하려 애쓰지 말아야 합니다. 생존의 열쇠는 워런 버핏이 늘 강조해서 이야기하는 안전 마진(Margin of Safety)에 있습니다.”
“우리가 불확실성을 인정한다면 조사하고, 재차 확인하고, 신중하게 투자를 진행할 것입니다. 투자하기 좋은 때라면 이런 방식 때문에 투자수익이 최적이 아닌 차선에 그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순식간에 망하거나 실패할 가능성은 줄어듭니다.”
버핏도 치켜세운 투자 전설 "AI 투자? 닷컴 버블 떠올려 보라" [더 인터뷰]
'알투잡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변화에 적응해야 (1) | 2024.12.09 |
---|---|
국채는 유동성의 어머니 (3) | 2024.11.27 |
성공한 투자와 실패한 투자, 실패한 투자자와 성공한 투자자 (3) | 2024.11.22 |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 (4) | 2024.11.18 |
Magnificent 7 (3) | 2024.11.15 |